245에 대한 글

https://youtu.be/ifdodXFgjgo

이하 내용은 위 영상에 댓글로 썼는데 너무 길어서인지 안 보이게 되어버린 댓글입니다. 나눠서 올리니까 올라가네요.


이 SCP는 영어 지부에서 창작되었고, 현재 평점 +650 정도로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SCP입니다. 반면 이 영상 댓글에는 부정적인 평가만이 가득하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요? 저는 이 SCP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맥락의 차이에서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댓글을 다신 분들은 이 SCP를 '게임'으로 생각하셨겠지만, SCP 위키의 유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감상의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일단 접근 방식의 차이가 무엇이고, 그게 어떻게 감상에 차이를 주는지 예시를 들어봅시다. 두근두근 문예부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미연시인 척 하다가 서서히 공포게임이 되어가는 게임이죠. 만약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스트리머가 이 게임을 하는 영상을 봤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미연시의 관점에서 이 게임의 스토리를 보다가, 스트리머가 그러는 것처럼 몇몇 장면에서 깜짝 놀라고 게임의 반전을 접하게 되겠죠. 반면 이 게임의 정체를 알고 플레이 영상을 본다면, 스트리머가 놀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영상을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볼까요. 일러스트 하나를 봤고, 그럭저럭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일러스트의 설명에 '그림판으로 그렸습니다', '엑셀로 그렸습니다'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고, 그리는 과정이 영상으로 나와있다면 아까와는 다른 시선으로 이 일러스트를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SCP-245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부분의 분들은 이 SCP를 '게임', 그것도 '공식 게임'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상 제목도 그렇고, 실제로 나름 게임의 형식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SCP 게임을 떠올리면서 '공식 게임은 어떤 퀄리티일까?'라고 생각하셨다면, 당연히 실망하실 겁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댓글로 달아주신 '잼민이가 만든 것 같다'라는 말처럼 이 게임의 퀄리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일단 그래픽부터 알만툴 소스를 그대로 사용했거든요. 퀘스트도 매우 뻔하고, 모래 골렘은 한 대 때리기만 해도 죽어요. 그 외에도 모험, 위기감, 시련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사실상 NPC들의 대사만 계속 보는 거죠.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하자면, 이 SCP에는 소위 말하는 게임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게임을 생각하고 오셨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이제 SCP 사이트에서 이 SCP를 접한다고 해봅시다. 여기서 SCP를 읽는 사람들은 SCP-245를 게임이 아닌 '소설'로 접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SCP는 원래 소설이거든요. 그런데 들어가서 설명을 봤더니 갑자기 zip파일을 다운받으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앞에서 예시로 든 그림판 or 엑셀로 그린 일러스트 얘기 처럼 흥미(그 외에도 신선함이나 참신함 등등)를 느낄 것입니다. 글로 된 소설이라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다른 형식, 매체로 가버리는 것이니까요. SCP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것을 가리켜 형식을 뒤튼다고 해서 포맷 스크류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이 zip파일을 받고 프로그램을 실행한 사람에게는 게임성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사람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SCP, 즉 소설을 읽는 것이니까요. 색다른 방식으로 제시되는 소설을 읽는 것이니 게임성이 나빠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대사들을 읽고 암호를 풀어 새로운 단서에 접근하면서 최종적으로 '설명: SCP-245는 쌍방향 소설을 이용해야만 설명될 수 있는 지성 개체이다…(하략)'이라는 소설의 결말만 보면 되는 것이죠.

그래서 SCP 사이트에서는 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깨부순 내용과 형식의 참신함, 그리고 게임을 만든 정성이 담겨 있거든요. 둘 다 이 SCP를 게임으로 본다면 없어지는 장점이죠. 소설이 아니니 형식 깨부수기도 없어지고, 애초에 게임으로 보니까 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게임성도 없으니 재미도 없고요.

영상 업로드 한참 뒤에야 쓰는 댓글이지만, 이 댓글을 보고 SCP-245에 대한 생각이 바뀌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