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련번호: SCP-1575-KO | 보안 인가 적용됨 |
| 격리 등급: 안전 | 담당 부서: 수면변칙부, 변칙예술부 변칙예술사과 |
특수 격리 절차
SCP-1575-KO는 손상되거나 내용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유리 상자에 밀봉한 채 제12K기지 표준 격리실에 보관한다. 매주 주기적으로 SCP-1575-KO의 청결을 유지해야 하며, 이 외 허가되지 않은 접촉은 금한다.
특히, SCP-1575-KO의 내용물을 섭취하는 것은 오로지 담당 연구원에게만 허가된다. SCP-1575-KO의 담당 연구원은 2등급 이상 수면변칙부 인원 중에서 차출하며, 매일 일정량 이상의 내용물을 섭취한 후 발현되는 증상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해당 절차는 SCP-1575-KO 격리실 내부에서 행해지며, 이후 담당 연구원은 표준 인간형 격리실로 이동해 수면 상태에서 관측되는 변칙성 역시 기록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외출은 금지된다.
현재 SCP-1575-KO의 담당 연구원은 구재현 연구원이다.
설명
SCP-1575-KO는 기원전 6세기 아테네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회식 암포라다. SCP-1575-KO의 대략적인 양식은 그룹 E(Group E)로 일컬어지는 익명의 공방의 것을 공유한다. 그룹 E는 기원전 560년에서 기원전 540년까지 활동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아티카의 도기 화공 집단으로, 당대 도예계에 끼친 상당한 예술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룹 E의 화공들은 주로 신화의 한 장면을 도기에 그려넣었으며, SCP-1575-KO 역시 이와 유사한 서사적 장면이 겉면에 묘사되어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SCP-1575-KO의 그림이 통상적인 그리스 신화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SCP-1575-KO의 그림이 구전되지 않은 그리스-로마 밀의종교나 별개의 고대 초상종교, 혹은 현존하는 종교적 GoI의 전신 신화를 묘사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SCP-1575-KO의 화풍이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진 그룹 E의 구성원 엑세키아스의 화풍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엑세키아스가 그룹 E를 떠나 아티카 도예계의 거장으로서 활동하던 기원전 545년과 기원전 530년 사이 SCP-1575-KO를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SCP-1575-KO에는 엑세키아스가 평소 자신의 작품들에 남기던 서명이 없기 때문이다.
SCP-1575-KO의 겉면에는 각각 리라와 아울로스를 연주하는 두 인물이 그려져 있다. 두 연주자는 거대한 뱀이 튼 느슨한 똬리에 감싸여진 것으로 묘사된다. 암포라 상단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여러 기하학적 도형이 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변칙예술부 변칙예술사과 데이터베이스
[…]
고대 그리스의 발현악기 리라와 목관악기 아울로스는 각각 아폴론1과 디오니소스2를 대표하는 악기이다. 때문에 이를 이성과 광기의 대립 구도로 해석하는 시각 역시 존재하나, SCP-1575-KO가 제작된 기원전 6세기에는 두 악기의 상징적 대조성을 대립으로 보지 않았기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고대 아테네 지식인 계층이 리라와 아울로스의 대립 담론을 펼친 것은 기원전 5~4세기이므로 시기적으로도 어긋난다.
현재 SCP-1575-KO의 그림과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신화는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음악 대결이다. 마르시아스는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반인반수 종족의 일원으로, 어느 날 길가에 떨어진 아울로스를 줍고는 아폴론에게 도전한다. 마르시아스가 아울로스를 연주하면 사람들은 격양되어 춤을 추었고, 아폴론이 리라를 연주하면 사람들은 감격해 미동도 않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시합의 세부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판본이 존재하나, 궁극적으로 마르시아스는 패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해당 신화는 단순 오만에 대한 교훈적 이야기가 아닌, 서구 문화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아폴론적 특성과 디오니소스적 특성의 대조적 담론의 일부로서 기능한다. 특히 고대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 제3권에 마르시아스와 아폴론의 일화를 인용하며, 이성의 악기 리라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비이성의 악기 아울로스를 폄하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이성과 광기는 공존하는, 더 나아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도 여겨졌다. 실제로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는 디오니소스의 사당이 존재했다. 리라 역시 디오니소스의 주 악기 중 하나로 취급되었다. SCP-1575-KO의 두 연주자 역시 대립이 아닌 조화로운 구도를 취한다. 즉, SCP-1575-KO의 그림은 아폴론과 마르시아스를 다룬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두 연주자의 모습 또한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보편적 묘사와는 괴리가 크다.
예술적 관점에서, SCP-1575-KO의 가장 큰 의문점은 바로 뱀과 구름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추측은 뱀이 '제우스 메일리키오스(Zeus Meilichios)'라는 것이다. 본래 메일리키오스는 고대 아테네에서 숭배되던 지하신(Chthonic) 계열의 영적 존재 중 하나로, 추후 주신(主神) 제우스 혹은 사신(死神) 하데스의 다른 이름으로서 숭배되었다.3 때문에 리라와 에울로스의 연주자를 감싼 제우스 메일리키오스의 모습은,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아버지 제우스에 의한 두 관념의 조화 내지 합치로도 해석된다. 다만 뱀을 하데스로 해석할 경우 이성과 광기의 폐해, 혹은 신화 내 두 연주자의 죽음이라는 메시지가 대신 전달된다.
다만 구름은 그 의미가 불분명한 것을 넘어 다분히 변칙적이다. 구름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기하학적 도형은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성질을 표현하려 시도한 흔적이 가득하다. 이것이 리라(이성)와 아울로스(비이성)의 관계성을 형상화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불분명하나, 해당 특성을 지닌 도형에 대한 개념은 SCP-1575-KO가 제작되고 2천 년도 더 뒤에 등장하였기에 모종의 변칙성이 개입했으리라 추측된다. 특히, SCP-1575-KO에서 묘사된 도형의 군집은 특정 수학적 개념을 이해했다기보다는 직접 본 것을 모방한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SCP-1575-KO의 내부에는 검붉은 액체가 상시 일정한 양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액체는 현생 인류(Homo sapiens)와 거머리(Hirudinea)의 유전자, 그리고 신원 불명 인물의 혈액 성분이 혼합되어 있다. SCP-1575-KO의 내용물은 섭취 시 환각 작용과 함께 신체에 일시적인 변화를 유발한다. 복용자는 우선적으로 극심한 갈증을 경험하며, 치아가 날카로워지거나 항응고제 분비 기관이 발현하는 등 구강 구조의 변화가 관찰된다. 또한, 복용자의 안구 역시 황색-녹색 홍채 얼룩증과 유사한 형태로 변형되며, 이것이 후술할 환각작용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복용자는 SCP-1575-KO의 내용물을 섭취하고서 대략 1분에서 5분 내외로 일시적인 공간 지각 능력 상실과 함께 오네이로이로 추측되는 독립체들의 환상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 인간을 포함한 지성체의 꿈에서 비롯되는 독립체뿐만이 아닌 본래 몽환계에 기반한 변칙 개체 역시 포함한다. 환각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8시간까지 지속된다.
해당 증상이 단순 환각에 불과한 것인지 혹은 실질적으로 정신세계를 관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확실한 점은 복용자가 관측하는 대상의 기억 혹은 꿈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복용자들은 모두 지성체를 관측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했으며,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제삼자의 기억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해당 기억은 얼굴이 뿌연 거대한 뱀, 그리고 각각 하얀 리라와 검은 아울로스를 연주하는 두 인영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
[…]
███ 과장: 다 읽었으면 말하고.
구재현 연구원: …뭡니까, 이거. 변칙 개체가 아니라 담당 연구원을 격리하는 거잖아요.
███ 과장: 그게 이제 너님 되시는 거지.
잠시간의 침묵 동안 ███ 과장의 입가에서 매캐한 담배 연기가 새어나온다.
구재현 연구원: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 과장: 그러는 너는 뭐 하자는 거냐?
구재현 연구원: 예?
███ 과장이 푹 한숨을 내쉬듯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 과장: 제12K기지 수면변칙부 연구원 구재현 씨.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 무슨 애새끼들 수감소에서 교사 놀이 하다 복귀.
구재현 연구원: 청록학교입니다. 언어를—
███ 과장: 그거나 그거나. 무튼 간에, SCP-575-KO 폭주 사태에 휘말렸으나 증언 거부. 이후 수차례 재단에 대한 회의감과 사임 의사를 표명했으나 거절당하고, 꿈놈들 때려잡는 기특대에 입대하신 후 오네이로이로 탈영하셨다…
구재현 연구원이 침묵하는 동안 ███ 과장이 천천히 책상을 두드린다.
███ 과장: 뭐가 문제인 것 같냐, 재현아.
구재현 연구원: …고여서 썩어버린 웅덩이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겠죠. 틀렸다는 것 하나 인정 못 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
███ 과장이 책상을 내려친다.
███ 과장: 니기럴, 거 음악 연구하다 정신병 걸렸냐? 아님 그 가르치던 애들이 문제였냐? 아나사바스나 다섯째 놈들이 얼마나 흉악한지 몰라? 너, 감염자나 쁘락치로 판단됐으면 즉결 처분이었어, 알아?
███ 과장이 한 차례 심호흡을 하며 품에서 담뱃값을 꺼낸다.
구재현 연구원: 지금이라도 차라리 죽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과장이 묵묵히 담배 개비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다.
███ 과장: 육신이 죽어도 정신만 살아 있으면 몽환계에서 어떻게든 될 것 같은 거지, 허. 너, 우리 기술을 너무 얕보고 있어.
구재현 연구원: 그 기술로 이제껏 짓밟고 앗아간 사람들의 미래가 얼마나 됩니까? 제 담당 학생들을 말씀하셨죠. 그 애들은 뭔 죕니까? 기술을 공유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강구하지는 못할 망정, 인류를 위해 세운 장막에 도리어 사람들을 갈아 넣으며 자위나 하는 꼴 아닙니까?
███ 과장이 구재현 연구원의 두 눈을 응시하다, 이내 눈을 감으며 다시금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구재현 연구원: …왜 살리셨습니까.
███ 과장: 그런 말 하지 마라, 재현아. 너 하나 살리겠다고 지금 몇 명이 뺑이치고 있는 거냐. 혼자 멋대로 생각하지 좀 말고, 좀, 새끼야. 너 하나 나간다고 뭐가 변할 것 같냐. 애초에, 나가서 혼자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보나마나 이리저리 방황하다 뱀놈들이나 혼반 같은 폭력 집단에 들어갔겠지. 뭐, 영희 씨 찾아다가 아나사바스 넘버 투라도 만들려 그랬어?
구재현 연구원: …아나사바스나, 혼돈의 반란이나, 재단이나. 대의라는 알량한 꼭두각시 뒤에 숨어 폭력으로 타인을 짓이기는 건 다 똑같지 않습니까.
███ 과장: 그래서 대체 뭘 할 수 있냐고. 니 꿈이 뭔데. 뭘 하고 싶은 건데.
구재현 연구원이 침묵한다. ███ 과장이 한숨을 내쉰다.
███ 과장: 거, 한창 젊은 거 이해는 하겠다마는, 하아… 요지는, 새끼야, 요지는— 지금 이게 도망이랑 뭐가 다르냐는 거야. 꿈을 도피처로 삼으면 안 되지. 살려고 꾸는 게 꿈 아니냐. 살아야 뭘 바꾸든 말든 할 거 아니냐, 이? 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마는, 저기 청록인지 녹용인지 하는 저것도 나름 윗분들이 뭐 바꿔보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구재현 연구원이 침묵한다.
███ 과장: 너가 맡았다는 그 머리에 어항 달린 놈이랑 동생년, 격리실에서 평생 썩을 거 학교라도 보내준 게 또 어디야. 듣자하니 저기 145K 쪽은 요번에 사람도 아닌 걸 인턴으로 들였다던데. 쯥.
구재현 연구원이 침묵한다. ███ 과장이 담뱃재를 재떨이에 떨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 과장: …격리실에서 머리 좀 식히고 있어라. 자살로 도망 못 치는 거 명심하고.
<기록 종료>
기록 1575KO-1
이하는 구재현 연구원이 SCP-1575-KO의 담당 연구원으로서 해당 개체의 내용물을 섭취한 후 발현된 일련의 증상들을 기록하고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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